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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언덕까지 금빛이 일렁이고, 찬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는 계절, 세레나가 토파즈 별장의 문을 두드린다. 가을, 특히나 날이 저물어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시간대를 몹시 견디기 힘들어하는 세레나는 자렛에게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약을 주문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렛이 만들어 주는 약들이 도무지 세레나에게는 효과가 없다.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세레나의 뒷모습에 자렛은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때 또다른 손님이 자렛을 찾아온다.


이번에 찾아온 손님은 귀여운 어린 토끼 릴리안. 집안에서 막내인 릴리안은 언니들이 일일이 챙겨 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응석받이 토끼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는 것도, 찻잔을 사용하고 나면 씻어 두는 것도 모두 언니들이 해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언니들이 이제 너도 컸으니 네가 직접 하라고 가르치자, 그게 싫어서 자렛을 찾아온 것이다.

릴리안은 자렛에게 소원 스프레이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소원 스프레이는 릴리안의 할머니의 할머니인 릴리나가 마녀인 토파즈 아주머니에게 받은 물약으로, 이 약을 자신에게 뿌리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게 된다. 하지만 스프레이는 반밖에 안 남아 있었기에 릴리안이 자렛을 찾아온 것이다.

마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던 토파즈 아주머니의 말이 떠오른 자렛은 토파즈 아주머니가 소원 스프레이를 만들어 주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릴리안은 당당히 약을 요구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약을 아무리 만들어도 계속 추위에 시달리는 세레나와 모두가 자기에게 친절해지는 마법의 약을 만들어 달라고 재촉하는 릴리안. 자렛은 두 사람의 소원을 무사히 들어줄 수 있을까? 토파즈 아주머니는 어째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약을 만든 걸까? 세레나와 릴리안의 이야기가 궁금증을 자극하며 흥미롭게 펼쳐진다. 



진정한 따뜻함이란 무엇일까?


한 겨울에는 당연히 춥다. 찬바람이 쌩쌩 불고, 기온이 낮아져 손발이 떨어져나갈 것처럼 시리니까.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세레나는 추운 겨울이 아니라 찬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몹시 추위를 탄다. 자렛은 이것저것 다양한 약을 처방해 주지만 세레나의 추위는 왜인지 도무지 가실 줄을 모른다.

응석받이 토끼 릴리안의 경우, 할머니의 할머니가 남겨 준 소원 스프레이를 자렛에게 내밀면서 똑 같은 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자렛은 이 약이 너무 이상하기만 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약은 절대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토파즈 아주머니의 유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아함은 토파즈 아주머니의 쪽지가 발견되면서 더욱 더 커진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렇지! 이게 바로 사람 사이의 정이고, 이게 바로 진정한 따스함이지! 


  우리는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나를 챙겨 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따스한 시선이 없다면 세상은 삭막하고 메마른 사막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책의 말미에 자렛과 친구들은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에게 무슨 소원을 빌지 이야기한다. 그러다 자렛이 묻는다. “요정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말고, 우리가 요정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 건 어때?”. 그 말에 수가 답한다. “그러려면 먼저 요정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이 이야기하는 따뜻한 마법은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아닐까?  


[차례]

1 찻주전자의 요정 ― 6

2 과묵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손님  ― 14

3 응석받이 토끼 릴리안 ― 31

4 토파즈 아주머니의 약 ― 46

5 엄마 아빠의 포옹 ― 53

6 받기 < 해 주기 ― 66

7 위트 워머 ― 80

8 속마음을 말로 표현하게 해 주는 허브차 ― 95

9 친구 ― 108

10 따뜻한 마법 ― 122

11 마법에 걸린 릴리안 ― 131

12 받기 < 해 주기 < 그리고… ― 143


+ 자렛의 허브 레슨 + ― 150



[작가 소개]


글 안비루 야스코

 일본 군마 현에서 태어나 도카이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지금까지 《루루와 라라》 《앤티크 FUGA》 《작은 섬의 숲 속》 《요정의 가구를 만들어 드립니다》 《무엇이든 마녀상회》 《마법의 정원 허브 레슨북》 《마법의 정원 이야기》 시리즈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레스토랑》 등의 작품을 내고 있습니다.


옮김 황세정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일본어번역과 졸업 후,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번역한 책으로는 《무엇이든 마녀상회》 《마법의 정원 허브 레슨북》 시리즈와 《마법의 정원 이야기》 시리즈 14~25권 등이 있습니다.